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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취뽀일기] 소원을 이룬 날

by 태옹 2024. 6. 26.

길고 긴 취준을 하면서 두 가지의 소원이 있었다.

하나는 지도교수님께 찾아뵙고 감사인사를 드리는 것과, 다른 하나는 입사꽃다발을 부모님께 안겨드리는 것이었다.

이번 6월에 최종 합격 소식을 듣자마자 교수님 생각이 났다. 

 

교수님은 나한테는 은인이셨다. 지금 돌이켜보면 스무살 때가 나의 인생의 전환점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아무 꿈도 없는 문과생이 수능 성적 맞추느라 경영학과에 입학해서 적성에 맞지도 않는 경영학을 배울 때, 프로그래밍 수업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주신 것이 지도교수님이었다. 교수님은 그저 학생을 가르치는 업무를 하고 계셨겠지만.... 난 그 때 이후로 IT라는 새로운 꿈을 꿀 수 있었다. 그래서 이후에도 교수님이 진행하시는 수업은 모두 수강하고, 당연히 캡스톤디자인 수업도 교수님께 신청했다. 거의 교수님 덕질이었던 것 같기도.. 

 

항상 그런 생각을 했었다. 만약 내가 1학년 때 들었던 프로그래밍 수업이 이 교수님이 가르치고 계시지 않았더라면...? 내가 수능성적이 조금 더 높아 공대 특화가 아닌 다른 학교에 입학했더라면..?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아직도 꿈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었을 게 뻔하다. 그래서 항상 교수님께 가슴 속 몰래 감사함을 품고 있었다. (살가운 편이 아니라서 표현을 잘 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꼭 취업한 후 좋은 소식을 교수님께 전달드리면서 교수님 덕분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었다. 

 

드디어 이 메일을 보내는구나ㅠㅠ

 

사실 내가 이정도로 깊게 존경하는줄 교수님은 모르시니까 오늘 만나면 어떤 얘기를 나눠야할지 걱정이 되기는 했다. 그렇다고 너무 존경합니다 교수님!!하기도 민망하고... 교수님께서 약간 샤이-하신 스타일이셔서 좋아하실 것 같지도 않았다.

걱정이 무색하게도 50분이나 대화를 즐겁게 나눌 수 있었다. 성공적으로 취업하신 선배들에 대한 이야기(근데 다 모르시는 분이라 굉장히 민망했다.. 난 경영에 아는 선배가 없는걸..)와, 지금 졸업작품 진행 중인 팀 중에 창업해서 의미있는 성과를 만들어 낸 후배들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다. 사실 학교행사에 잘 참여했던 편은 아니라 선후배 사정은 잘 몰랐는데, 다들 너무 대단하고 나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교수님께서 내 성공적인 취업의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후배들한테 어떤 것들을 추천하느냐고 물어보셨다. 역시 교수님이다, 라고 생각이 들었다. 수업 때 항상 유익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는데 갑자기 인터뷰처럼 흐르는 분위기에 그 때 생각이 물씬 났다. 성공적인 취업..이라는 말에 굉장히 민망했지만 내가 느꼈던 긍정적인 요인들을, 후배들한테 추천하는건 내가 후회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답변드렸다.

 

중간에 교수님의 수업을 기점으로 진로에 대한 방향성을 잘 잡을 수 있었다고 말씀드렸었는데, 우씽 말하다가 울컥해서 잠깐 글썽였지만 눈이 작아서 별로 티가 안났을 것 같다. 계속 말하다가 감정이 벅차오를 것 같아 많은 말씀은 드리지 못했다. (사실 노래들으면서 오랜만에 찾는 모교를 보는데- 갑자기 슬픈 노래가 나오길래 걷다가 또 감정이 벅차올라서 노래를 신나는걸로 바꿨다.) 취업했다는 것이 뭔가 실감이 잘 나지 않았었는데 오늘 좀 많이 실감나는 것 같다.

 

지금은 50분정도의 교수님과의 대화가 끝나고 오랜만에 팁라에 왔다. 19년도부터 이 팁라에 지박령, 붙박이장급으로 맨날 여기서 공부했었는데, 그 때 수석장학금을 땄던 기억이 난다. 동혀니도 군대갔을 시점이라 맨날 혼자 길고 긴 공강때문에 자습을 엄청 했었다. 그래서 이 공간만 오면 향수가 느껴진다. (근데 사실 3학년때부터는 더 강의실건물과 가까운 E동이랑 종합관을 애용하긴 했지만)

 

추억이다 진짜... 근데 방학이라 사람이 아예 없다

 

 

이 학교는 이제 마지막으로 방문하지 않을까...싶기도 하지만 교수님께서 시간되면 와서 후배들한테 취업특강 좀 하라고 하셔서 그 때 또 방문하지 않을까 싶다. 내 코도 석자라서 누구한테 뭘 알려주나 싶기는 한데, 내 취준 썰이 또 스펙타클하니 재밌기는 해서 그걸 들려주면 좋을 것 같기도 하다. 👯‍♀️ 👯‍♀️

 

 

사실 난 학교에 대해 관심이 없..으면서도 애정하는 그런 마음이다. 좀 애매한데, 학교 프로그램에는 관심없고, 선후배도 잘 모르고, 교수님들이랑도 사적인 친분이 없어서 좀 동떨어진 학교 생활을 했었다. (학교 축제에 딱 한 번 갔는데, 그것도 개발동아리 회식때문에 갔다.) 그치만 일단 동혀니를 만났고, 교수진이 훌륭하고, 장학금을 많이 챙겨줬고, 졸업경진대회 학부 대상이라는 큰 상을 줘서.. 뭔가 관심이 없다가도 또 고마운 그런 마음이다. 학교가 참 많이 도움을 줬다고 생각한다.

특히, 인턴십을 하면서 같은 학교 라인을 끌어주는 모습을 봐서 나도 꼭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되어 사회에서 뿌리를 내리고, 후배들이 어깨 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바람이 생겼다. 

 

아무튼 소원 하나를 이룬 날이다. 이 날은 두고두고 계속해서 생각이 날 것 같다. 

이제 남은건 입사 꽃다발인데 받으면 글 더 추가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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